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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리플리 증후군은 질병인가? SNS, 유튜브와 욕망의 결합

by 밸런스 연구소 2025. 6. 11.

허구의 나를 사랑하는 병, 리플리 증후군

우리는 건강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며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특정한 모습을 요구하고, 눈에 보이는 성공과 행복을 강요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현실에 불만족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갈망이 현실을 넘어 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게 되는 순간, 우리는 '리플리 증후군'의 그림자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과연 리플리 증후군은 단순한 심리 현상일까요,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일까요?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열광하는 SNS와 유튜브는 이러한 심리적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리플리 증후군, 그 실체는 무엇인가?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1955년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톰 리플리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타인의 신분과 삶을 완벽하게 모방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서 착안되었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리플리 증후군이 의학계에서 공인된 정식 정신 질환 진단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DSM-5(미국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와 같은 정신의학 진단 기준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명칭이 없습니다. 대신 이 현상에서 보이는 과도한 망상, 거짓말, 현실 부정, 심한 자기애적 성향 등은 망상장애, 반사회성 인격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다른 정신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리플리 증후군은 특정 정신 질환의 일부 증상으로 발현되거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특정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리플리 증후군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현실 부정과 허구의 신념을 진실로 믿어버리는 자기기만'**입니다. 현실의 자신이 불만족스럽거나,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이상적인 '가상의 나'를 만들어내고 그 거짓된 현실을 스스로 믿으며 타인까지 속이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허언증(습관적인 거짓말)을 넘어, 거짓이 곧 자신이라고 믿어버리는 심화된 형태로 발전합니다.


욕망의 불꽃, SNS와 유튜브가 리플리 증후군에 미치는 영향

sns를 하며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여성의 모습

 

오늘날 리플리 증후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SNS(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이 심리 현상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타인과의 비교를 부추기고, '플렉스(Flex)'라는 과시 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1. 과도한 비교와 상대적 박탈감: SNS는 친구, 지인, 유명인들의 화려하고 완벽하게 편집된 일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명품 소비, 해외여행, 성공적인 커리어 등 '최고의 순간'만 모아놓은 피드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불만족을 느끼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이는 현실의 자신을 비관하게 만들고, 이상적인 가상의 자아를 갈망하는 심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좋아요'와 인정 욕구의 충족: 사람들은 SNS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전시합니다. 값비싼 물건을 소비하거나, 멋진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플렉스'를 하는 행위는 타인에게 '나 이만큼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입니다. 이때 쏟아지는 '좋아요'나 긍정적인 댓글은 가상의 자아를 더욱 강화하고, 이러한 '거짓된 인정'에 중독되게 만듭니다. 현실의 내가 아닌, SNS 속의 내가 진짜 나라고 착각하게 되는 심리가 싹트는 것이죠.

3. 필터 버블과 확증 편향: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필터 버블'을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에 대한 왜곡된 정보나 과장된 성공담만을 계속 접하게 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확증 편향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실 인식을 더욱 왜곡시키고, 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리플리 증후군의 심리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4. 쉬운 접근성과 익명성: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쉽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가짜 계정을 만들거나, 쉽게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익명성은 거짓된 자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거짓말이 현실 세계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더 대담해질 수 있습니다.


리플리 증후군, 현대 사회의 슬픈 자화상

결론적으로 리플리 증후군은 그 자체로 정식 질병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 도피적 자기기만과 거짓된 욕망 추구는 분명히 심각한 심리적 문제이며, 치료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SNS와 유튜브는 이러한 심리가 싹트고 성장하는 데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아요'와 과시욕으로 점철된 디지털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진정한 자신의 가치와 만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완벽함이 아닌, 내면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리플리 증후군과 같은 현대인의 아픈 자화상을 치유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