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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뇌전증, 더 이상 숨기지 마세요: 뇌전증의 모든 것 (원인, 증상, 치료, 그리고 오해와 진실)

by 밸런스 연구소 2025. 6. 13.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고 의식을 잃는 모습. '뇌전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나 영화 속의 극적인 장면일 겁니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을 무섭고, 숨겨야만 하는 병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뇌전증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며, 결코 '숨겨야 할 저주'나 '불치병'이 아닙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흔한 뇌신경 질환입니다.

이 글에서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와 관리 방법을 통해 충분히 건강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뇌전증,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뇌전증을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 뇌 신경세포의 '전기 합선' 현상입니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작동하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이 신경세포의 일부가 갑자기 과도하게 흥분하며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내뿜는 것입니다. 이 전기 스파크가 뇌의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넓게 퍼지느냐에 따라 아주 다양한 형태의 발작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원인은 뇌 손상, 뇌졸중, 뇌종양,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하게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의 환자에게서는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뇌전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전문의와 상담하는 모습

놓치기 쉬운 뇌전증의 '첫 신호'들

본격적인 발작이 나타나기 전, 뇌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들이 있습니다. 이를 '조짐(Aura)'이라고도 부르며,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기시감(데자뷰): 처음 겪는 일인데 이전에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친숙함
  • 미시감(자메뷰): 늘 보던 익숙한 공간이나 사람이 갑자기 아주 낯설게 느껴지는 느낌
  • 이상한 감각: 뚜렷한 원인 없이 이상한 냄새나 맛이 느껴지거나, 배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불쾌한 느낌
  • 감정의 급격한 변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극심한 두려움이나 불안감, 혹은 반대로 행복감에 휩싸이는 경우            이러한 조짐 증상은 수 초에서 수 분간 지속되다가 사라지며, 본격적인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장 흔하지만 가장 오해받는, '측두엽 뇌전증'

많은 사람들이 '대발작'이라 불리는 전신 경련 발작만을 뇌전증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성인에게 가장 흔한 것은 '측두엽 뇌전증'으로 인한 '복합 부분 발작'입니다. 이 발작의 증상은 매우 독특하여 오해받기 쉽습니다.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며, 입맛을 다시거나 쩝쩝거리고, 의미 없이 옷을 만지작거리거나 단추를 풀었다 잠갔다 하는 행동을 몇 분간 반복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겉보기에는 잠시 딴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는 이때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조짐'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전증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와 진실 (QnA)

Q1. 전염되거나 유전되는 병인가요? A: 전혀 전염되지 않으며, 대부분 유전과 관련이 없습니다.

Q2. 지능이 낮아지거나 정신병인가요? A: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뇌전증은 지능 및 정신 기능과 무관한 '뇌신경' 질환입니다.

Q3. 발작 시 혀를 깨무니 입에 무언가 넣어야 하나요? A: 절대로 안 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오히려 더 큰 부상이나 질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해주는 것이 올바른 대처법입니다.

Q4.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완치가 불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약 70%의 환자는 약물 치료만으로도 발작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2~5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 의사와의 상담 하에 약을 끊고 완치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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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과의 동행,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1.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약물 치료: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처방된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입니다.
  2. '발작 유발 요인' 피하기: 극심한 수면 부족, 과도한 음주, 심한 스트레스는 발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긍정적인 마음과 사회적 지지: 병을 숨기기보다, 가족과 주변에 병에 대해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뇌전증은 '숨겨야 할 저주'가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할 만성 질환"**에 가깝습니다. 우리 주변의 뇌전증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이해'와 '지지'**입니다.

저역시 손을 갑자기 털어버리는 증상이 잇었지만 치료받고 지금은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이 글이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